일기/영화

배우 정우의 바람이 실화가 되어! 학창시절 실화 영화 추천 <바람>

윤여시 2019. 10. 1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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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우의 바람이 실화가 되어! 학창시절 실화 영화 추천 <바람>

우리네 학창시절을 소재로 풀어낸 영화들은 관객이 겪어왔던 순간을 그려내야 하는 만큼 이야기의 재미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공감과 감성 그리고 추억을 얼마나 자극하고 불러오느냐에 따라 영화가 주는 재미와 감동이 배가 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점에서 배우 정우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낸 영화 <바람>은 9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한 남고의 추억과 감성을 담백하게 담아내면서 "한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라는 명작 영화의 평가(?)를 그대로 받은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정우 주연의 영화 바람이 소개해주는 그 시절 학창시절 이야기로 한 번 빠져보자 

|그 시절 그때를 떠올리게 만드는 남고의 향기

영화 <바람>에 등장하는 김정국은 배우 정우의 본명이다. 엄격한 아버지 밑에 공부 잘하는 모범생 형과 누나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던 김정국은 집안에서 유일하게 실업계 상고로 진학을 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속 김정국은 남자라면 으레 학창시절에 '잘나갔었음'을 뽐내고 싶어하듯 폼나게 학창시절을 하고 싶었던 학생이다.

 

많은 남고 졸업생이 공감하듯 학창시절은 힘의 차이로부터 나오는 소위 '일진'이라는 가장 높은 계급을 시작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까지 나눠지는데, 영화 속 김정국은 가진 싸움실력이나 깡은 미약하지만 그저 멋있는 학창시절을 보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학생으로써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보통 남고를 배경으로 부산 사투리를 쓰며 일진을 소재로 하는 영화라는 진부함에 믿고 거르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이 영화는 일진과 비행을 절대 미화하지는 않는다. 은근히 띄워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한심하고 유치하게 표현되며 웃음 짓게 만드는 장치일뿐이다. 때문에 바람에서 등장하는 폭력써클이나 욕, 흡연 하는 모습 등은 우스꽝스럽고 찌질하며 그냥 우리가 지나쳐온 학창시절에 대한 이야기일뿐이지 권장의 대상으로는 전혀 비추어지지 않는다. 그냥 남고를 나온 사람이라면 공감하는 에피소드인 것이다. 

|<범죄와의 전쟁> 최민식이 생각나는 "짱구"

학창시절 때 그런애들 있지 않은가? 딱 보면 별것도 아닌데 말도 잘하고 나름 사회생활을 잘해서 일진과 어울리고 얄미운 캐릭터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에 등장하는 김정국이다. 어찌어찌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 싸움 한번 하지 않고 인맥으로 편하게 고등학교 생활을 하고 약육강식의 남고에서 상위권에 올라와 있는 김정국을 보고 있으면 마치 인맥으로 부산을 가지려 했던 <범죄와의전쟁>의 최민식이 생각난다.

 

극중에서 등장하는 짱구는 누가봐도 약한 남자이지만 악한 남자가 되기위해 노력하는 캐릭터다. 어찌어찌 불량서클에 가입한 그는 잘나가는 일진을 동경하지만 그들처럼 될 수는 없다. 그럴 깡도 실력도 없다. 집안에서는 엄한 아버지에 순종하고 학교에서는 선생님께 순종하는 나약한 존재다. 엄청난 비행을 할 것 처럼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실행할 용기가 없다. 선생님께 체벌을 당하고 그의 친구 두명은 자퇴하겠다며 학교를 떠나 실천하지만 김정국은 그 갈림길에서 다시 학생의 본분을 선택하는 아이다. 그래서 전혀 밉지가 않고 우습다. 

 

오직 또래집단에서만 폼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자들 앞에서는 그는 순한 양일뿐이다. 일단 쎈척을 한 번 하고 자기가 불리하면 바로 순종한다. 극중 자신의 여자친구인 황정음에게 집적되는 남자와 대립하는 장면에서 이는 잘 나타난다. 전화로는 온갖 센척을 다하다가 막상 만나면 한없이 약해진다. 하지만 이 역시 자신이 속해있던 불량써클 몬스터의 선배를 이용하여 그 힘을 과시하고 헤쳐나간다. 마치 범죄와의 전쟁에서 하정우의 뒤에 붙어 자신의 힘을 과시했던 최민식처럼 말이다. 

 

|일진영화지만 폭력적인 장면은 없고 공감만 있다

일진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영화인데 싸우는 장면은 찾아볼 수가 없다. 오직 희화화된 장면과 공감이 있다. 선생님한테 마대자루로 맞을 때, 멋있게 맞고 싶지만 비굴해지는 장면, 영화 후반부가 되어야 처음 등장한 싸움 장면에서  "꼰지르지 않고", "죽어도 된다"는 계약서를 쓰고 싸우는 모습과 눈감고 팔을 휘두르는 진짜 막장싸움이 벌어지는 것 모두 우리가 겪어왔던 이야기다. 

 

특히 정우의 속마음을 표출해내는 영화의 나레이션 기법은 관객들에게 재미를 더한다. 쎈척하는 정우의 속마음은 한없이 멋있어 보이려 노력하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약하기에 나레이션을 통해 고민하는 모습들이 재미를 더한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영화의 BGM도 흥미롭다. 멋지고 웅장한 음악은 찾을 수 없다. 약간은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신나는 국악풍의 음악이 정우의 고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의 학창시절을 갖가지 에피소드를 연결해준다. 

 

흔히 생각하는 서로 주먹을 피하며 멋지게 싸우고 학교에 반항하는 영화들에서 나타나는 비현실적인 모습이 아니라 이 영화가 더 재미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영화 말미, 정우가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친구들과 나눈 대화가 더 가슴에 와닿는다. 1학년으로 다시 돌아가라면 돌아가겠냐는 친구들의 질문에 정우가 당연하다는 듯이 "돌아가야지!"라고 말하며 '내가 다시 1학년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이유는...' 대사를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돌린다. 어른이 되어 누구나 다시 한번쯤은 돌아가고 싶거나 혹은 애틋하게만 느껴지는 학창시절에 대한 추억을 영화가 관객에게 묻는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을 담은 영화 

영화 서두에서 나오는 정우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이 영화가 단순히 학창시절만을 담는 영화가 아니라고 말해준다. 특별히 가난하지도 그렇다고 특별히 잘살지도 않는 보통의 가정들, 흔하게 볼 수 있는 우리 가정이 영화속에서 등장한다. 하지만 모범생이었던 다른 형제와는 다른 막내 정우의 철없는 행동을 끝까지 잡아주는 것 역시 영화 속 가정이다. 

 

무뚝뚝한 경상도 아버지로 잘 표현은 못하지만 아버지는 영화속에서 누구보다 아들을 위하는 아버지였다. 그리고 누구보다 아버지를 무서워했던 철없는 아들이지만, 간경화로 인해 급격히 몸이 나빠지며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빈소에서 오열하는 정우의 모습은 우리네 표현은 없지만 끈끈했던 부자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영화내내 철이 없던 아들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그 순간, 다짐을 하며 더욱 빛이난다. 아버지 "저 괜찮은 어른이 될거에요" 라는 다짐 말이다. 어쩌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막내 아들을 바라보며 아버지가 원했던 다짐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영화가 재미있다. 특히 남자들에게는 더욱 공감할 만한 장면과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많을 것이다. 오랜만에 추억에 흠뻑 취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꼭 영화 바람을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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