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북한이 반발 하는 애기봉 등탑 철거

윤여시 2014. 10. 23.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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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반발 하는 애기봉 그리고 삐라


최근 탈북자들이 풍선에 날려 보내고 있는 삐라에 대한 북한의 심상치 않은 반응과 함께 총격까지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남남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또한 이 같은 북한의 반발 때문에 전방에 위치한 애기봉 등탑도 불을 켜지 않고 심지어 철거까지 된다고 하니... 과연 애기봉과 삐라를 북한이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하성리에 위치한 교회 등탑.. 이것을 북한은 그렇게 싫어했다.


|북한이 너무나 싫어했던 애기봉 등탑


경기 김포시 하성면에 위치한 애기봉은 한강 그리고 임진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어 애기봉 꼭대기에 오르면 북한이 바로 보인다. 애기봉이란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조선 병자호란 당시 서로를 사랑했던 평양감사와 애첩 '애기' 가 피난을 내려오다 감사는 청나라에 붙잡혀 끌려가고 애기만 한강을 겨우 건너 서로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이에 애첩 애기는 감사를 기다리다  죽어가면서 자신이 사랑한 감사가 보이는 봉우리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남기니 그래서 애기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높이 155m의 이 봉우리가 유명한 것은 단지 이 전설뿐만은 아니다 1966년 박정희 대통령은 애기의 전설이 우리 실향민의 사연과 같다며 휘호를 써 비석을 세우기도 했을 정도로 이곳은 단순히 낮은 봉우리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와 함께한 이별의 장소이기도 하다.





군사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신분 증명 절차를 밟지 못하면 출입할 수 없는 애기봉 등탑

 


또한 이 애기봉에 1971년 기독교 단체가 중심이 되어 십자가가 세워진 기독교 철탑을 세웠고
매 연말이 다가오면 밝게 점등을 하여 북녘땅에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선전 방송과 체제의 우월성을 방송으로 떠들던 최전방에서 이 같은 애기봉 등탑은 북한이 보기에는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선전물로 보였나보다 등탑이 불이 켜질때마다 북한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고 어느 순간부터 애기봉 등탑은 북한의 체제를 비난하는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다. (드라큐라도 아니고 십자가에 대한 거센 북한의 반발은 참 불쌍해보인다.)

북한의 애기봉 등탑에 관한 비난의 강도가 세지면서 2004년 북한과의 화해 분위기가 한창일 무렵 우리나라는 애기봉 등탑의 점등을 전면 중단했다. 그러나 7년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을 북한이 일삼으면서 이에 대한 심리전으로 우리나라가 다시 들었던 카드가 바로 애기봉 등탑 점등이었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연말이 되면 항상 애기봉의 등탑은 밝은 빛을 비췄다.

그러자 2012년 북한 관영매체는 애기봉 등탑을 "심리 모략전을 벌이는 것은 북침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달려는 행동' 이라며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만큼 애기봉 등탑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은 북한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애기봉에서 바라본 북한 

 



하지만 이제는 애기봉 등탑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국방부가 관광객들의 안전을 이유와 등탑의 구조적 결함 때문에 철거한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애기봉 등탑 철거는 아쉽기만 하다. 국방부는 최근 벌어진 북한 삐라 총격 사건과 관련해서는 절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대북 심리전 관련해서 긴장감이 높아지는 현 시점에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애기봉 등탑은 분명 장애물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북한과의 고위급 2차회담을 앞두고 있는 우리 정부의 북한 눈치 보기가 만들어낸 행태임이 너무나 뻔하다.


 


|아쉽다 애기봉 등탑

항상 애기봉 점등을 앞두고 찬반 논란이 엇갈리며 우리나라 내에서도 갈등이 있긴 했지만( 반대하는 의견은 현재 탈북자 단체들이 보내고 있는 삐라와 같은 이유로 등탑이 북한과의 갈등을 초래하고 전쟁의 위험을 부른다는 이유) 애기봉 등탑이 가진 의미와 상징성을 생각해서라도 철거는 너무 과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삐라를 실어 나르는 풍선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고는 하나 우리 영토에 선제 공격 및 도발을 일삼은 것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면서 그들이 무력으로 위협하고 삐라를 날리지 말라고 하면 바로 남남갈등이 일어나서 삐라도 날리지 못하는 우스운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때에 발 맞춰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말도 안되는 북한의 선전포고에 가까운 행동에 대한 항의로 겨우 불빛 하나 켜서 항의 같지도 아닌 항의를 할 수 있었던 애기봉 등탑마저 철거 하는 것은 북한을 오만하게 만드는 것과 진배없다.

어떻게든 북한 고위급 회담을 통해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의 성과를 얻고 싶어하는 것은 알겠으나 북한에 대한 이러한 저자세 행동으로 회담을 따낸다고 해도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43년 동안 최전방을 밝혔고 북한이 그토록 싫어할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자유의 빛을 우리가 끄는 행동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스스로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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