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천민 출신으로 권력의 정점에 오른 조선의 악녀 정난정
우리나라 역사 속에 수많은 악녀들이 등장하지만 천민 출신이자 비선으로서 권력의 정점에 오른 정난정 같은 악녀는 찾아볼 수 없다. 시청률 40%가 넘는 기록을 세우며 여인이 주인공인 사극 시대의 문을 연 <여인천하>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그 이름을 알린 정난정... 과연 그녀는 누구였을까?
|정난정의 출생과 성장
정난정은 무반(무관 양반) 정윤겸과 관비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하였다. 조선시대에서 관비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무엇을 해도 바뀔 수 없는 천민 신분임을 나타냈기에 그녀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난정은 어릴 때 집에서 나와 기생으로서 그 삶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중종의 아내이자 중전이었던 문정왕후의 오빠 윤원형과 연이 닿게 되어 첩실로 들어가게 된다. 정난정이 4남 2녀를 낳아 길렀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그녀의 나이 스무살을 전후 해서 만났을 거라 추측된다.
당시 윤원형에게는 본처였던 김씨가 있었으나 그럼에도 첩실로 들어갔다는 것은 정난정의 매력에 윤원형이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였다는 것을 짐작케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튼 당시 조선 왕실 가족의 첩실로 들어간 정난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야욕을 펼쳐가는데 바로 문정왕후 덕분이다.
정난정은 남편 윤원형을 거치지 않고 문정왕후와 직접적으로 인연이 닿으며 그 야망을 더 키워 간다. 평소에도 불심이 충만했던 문정왕후는 정난정의 총명함과 불심에 끌려 그녀를 최측근으로 삼으며 정난정에게 많은 역할을 부여하기 시작한다.
|명종의 즉위와 정난정의 출세
정난정이 진정으로 권력의 정점에 오르기 위해서는 문정왕후의 아들이 왕위에 올라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당시 인종의 외척이자 윤임으로 대표되는 대윤을 무너트리고 문정왕후와 명종의 외척인 윤원형의 소윤이 정권을 잡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왔다. 중종의 뒤를 이어 인종이 왕위에 올랐으나 7개월만에 죽고, 1545년 12세의 나이로 문정왕후의 아들 명종이 왕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때 명종의 수렴청정을 하게된 문정왕후가 모든 권력을 갖게 되면서 정난정 역시 하늘의 나는 새도 떨어트릴 권세를 갖는다. 특히, 윤원형의 사주를 받고 대윤의 우두머리인 윤임이 그 조카 봉성군을 왕위에 올리려 한다는 무고를 하였고 이 일을 계기로 윤임은 물론 그 세력들 역시 모조리 유배되었다가 사사되는 을사사화를 일으킨다.
'명종이 즉위하자 윤원형은 곧 보복할 계획을 세워 이기, 허자, 정순붕들과 함께 흉한 말을 만들어 밖에서 선동하고, 안에서는 난정이라는 그의 요사한 첩을 들여보내 대비와 임금의 마음을 놀라게 하며 의혹을 품게 하였다" -연려실기술- |
이후 정난정은 원래 있던 정실 김씨를 보내버리고 정실부인의 자리에 오르는데, 이때 김씨를 며칠이나 굶기고 독약이 든 밥을 먹여 죽이는 잔혹함을 보인다. 그리고 정실부인에 오른 정난정은 미친듯이 악행을 일삼는다.
|정난정의 악행
정난정은 이때부터 재물에 대한 탐욕을 제대로 드러낸다. 무엇보다 조선 상권을 장악하여 전매 등으로 부를 축적하고 매관매직을 일삼았으며 궁궐을 자신의 마음대로 출입하는 등 악행을 보인다. 여기에 기우제를 지낸다고 하면서 굶주린 백성들 앞에서 쌀밥을 지어 물고기에게 던져주는 등 온갖 기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덕분에 윤원형의 집은 당시 궁궐도 우습지 않은 500여개의 방이 있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그 부가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명종의 수렴청정기간 8년이 지났음에도 12년을 더 국정을 농단한 문정왕후 때문에 도합 20년이나 되는 시간동안 온전히 윤원형과 정난정은 권세를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덕분에 정난정은 왕실의 직첩을 받아 외명부 종1품 정경부인의 자리에 오른다. 천민의 운명에서 그야말로 권력의 정점에 오른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또한 정난정은 문정왕후에게 승려 보우를 소개 시켜 당시 성리학사회였던 조선의 근간을 불교로 바꾸고자 할 정도로 불교 융성정책을 실시하는 등 파격에 파격을 더한 일들을 만들어냈다.
|정난정 신분제를 바꿔보려 하다
정난정의 권세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그녀의 행적 중 바로 신분제를 바꿔보려 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정난정은 처와 첩, 적자와 서자를 차별하는 법을 없애도록 했는데 이것은 자신과 자신이 낳은 자식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조선 사회에 있어서는 충격을 줄 만한 사건이었다. 정난정이 아무리 미워도 신분제 때문에 힘들었던 백성에게는 큰 호응을 받았다.
물론 이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법안이 폐기되자마자 정난정은 당시 사대부들에게 자신의 자녀들을 보내 권력을 지키는데 사용하였고, 중종의 손자이자 덕흥군의 아들인 왕자를 사위로 맞아들여 세자를 잃었던 명종의 보위를 잇고자 하는 등 권력을 향한 행보를 이어가는데 이용하기도 한다.
|정난정의 몰락과 죽음
1565년 문정왕후가 사망하고 윤원형과 정난정의 몰락은 시작된다. 특히 명종과 당시 사대부들은 문정왕후의 죽음만을 기다려 왔던지라 문정왕후가 죽자마자 승려 보우는 제주도로 귀양가 유배되었다가 제주목사에 의해 처형당하고 그간의 악행을 일삼았던 윤원형에 대한 탄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명종은 윤원형을 벼슬에서 물러나게 한다.
그리고 탄핵은 정난정에게까지 이어졌는데 윤원형의 본부인이었던 김씨의 계모 강씨가 정난정이 본부인 김씨를 독살했다며 고발하였고 이 일로 정난정은 공격이 점차 심해지자 고문이나 처벌을 받을 것을 두려워하여 1565년, 독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에 윤원형 역시 정난정의 시신을 보며 대성통곡하다가 그 뒤를 이어 목숨을 끊는다.
윤원형과 정난정은 지금의 파주 교하면 당하리의 윤씨 문중에 묻혀 있다.
정난정은 죽음 이후 천민으로 다시 강등되었으며 윤원형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던 사림파의 기록에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역사에 조선을 대표하는 악녀로 남아 있게 된다.
신분이동은 불가능한 조선사회에서 정난정은 천민에서 권력의 정점으로 그리고 다시 천민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너무나 스펙타클 한 삶을 살았기에, 말 그대로 사극 한편을 제대로 쓰고 간 인물이라 정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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