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어원

얼굴에 철판을 깔다! 고사성어 철면피 유래와 뜻

윤여시 2024. 1. 2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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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중에서도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뻔뻔한 사람들에게 얼굴에 철판을 깔았나? 라는 표현을 하곤 한다. 그런데 이 뜻을 가진 고사성어가 있다는 것을 아는가? 바로 철면피라고 한다. 얼굴에 철판을 깐 것처럼 낯짝이 두껍고 당당하며 부끄러워 할줄 모르는 사람을 칭하는 말 철면피 어디서 유래되었을까? 상반된 의미로 2가지의 이야기가 전한다.

철면피 유래

|철면피 유래와 뜻

낯짝이 두껍다, 뻔뻔하다,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라는 뜻의 철면피는 鐵 쇠 철, 面 낯 면, 皮 가죽 피로 이루어진 말이다. 이 고사성어는 중국 역사의 양광원이라는 인물에서 유래된 말이다. 

- 철면피 양광원 이야기

옛 중국, 과거시험에 합격해 진사의 벼슬에 올랐던 양광원은 오직 출세만을 위해 자신의 장점과 재능을 권력자에게 어필하면서 더 높은 벼슬로 올라가기 위한 나름의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데 집중한다. 지금의 사회 생활도 그렇지만 양광원처럼 살다보면 높은 사람들에게 빌빌 기어야 하고 수모를 겪는 일도 비일비재 했다. 이때도 마찬가지였다. 

 

양광원이 어떤 인물이었는고 하니 높은 벼슬을 가진자가 대충 쓴 글만 보고도 양광원은 인생 최고의 시라면서 굽신 거렸다. 샤바샤바를 제대로 하면서 살아가는 인간이었던 것, 그래도 뭐 이정도까지는 지금의 사회생활에서도 충분히 볼법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 일화는 좀 다르다. 

하루는 권세가 있는 사람이 술에 취해 양광원을 때려도 되냐고 말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양광원은 이를 거절하고 분노해야함에도 그는 자신을 매질하라고 허락한다. 그러자 그 장면을 옆에서 보던 친구가 양광원에게 놀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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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수치를 모르는건가?"

 

양광원이 말한다. 

 

"괜찮네, 이렇게 해서 힘 있는 사람들에게 줄을 대고 출세하면 되는거 아닌가?"

 

이같은 일화로 당시 세상 사람들은 양광원을 이렇게 평가했다. 

 

진사 양광원은 힘 있는 권력자들 옆에 붙어 비위를 맞추며 살아갔다. 매질까지 당했지만 모든 수모를 참았다. 당시 사람들은 양광원을 보고 '양광원의 낯가죽은 철갑을 열 겹이나 두른 것처럼 두꺼워서 부끄러운줄을 몰랐다' 라고 말했다. 

 

여기서 철갑을 열 겹이나 두른 것처럼 낯가죽이 두껍다는 뜻으로 철면피가 유래되었다. 

포청천

- 철면피 조변 이야기 

철면피가 양광원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두꺼운 낯'으로 유래되었지만 시간이 지나 송나라 시대에는 완전히 다른 뜻으로 유래 되고 쓰이게 된다. 바로 조변(1008~1084)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다.

 

조변은 전중시어사라는 관직에 임명되었는데 전중시어사는 관리들의 비리를 조사하고 적발하는 지금의 감사원 같은 관직이었다. 사실 감사원이라는 자리가 좋아보이지만 자신들의 동료들은 물론 조직 내부를 살펴야 하고 자신보다 높은 사람들을 처벌해야 하는 상황들이 생겨서 그리 좋은 자리는 아니다. 

 

그러나 조변은 누구보다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또는 황실의 외척은 물론 환관도 문제가 있다면 바로바로 탄핵을 해버렸다. 

 

조변이 탄핵한 인물에는 나는새도 떨어트렸던 당대의 재상도 있었다. 그는 재상을 탄핵하기 위해 수없이 상소를 올렸고 해임까지 이끌어내었다. 그 죄목은 다음과 같다. '재상임에도 학식도 없고 전문 지식도 없으며 과오도 여러 번 저질렀다.' 즉 무능해서 재상을 잡아버린 것이다. 그가 얼마나 FM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기록은 송나라 역사 조변의 전기에 보이는데 조변과 함께 철면어사로 불린 인물이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판관 포청천인 포승이라는 인물이었다. 

 

여튼 당시 사람들은 이러한 조변과 포승을 보고 '철면어사'라고 불렀다. 철가면을 쓴 듯 냉철하고 공정한 인물이라는 뜻이었다. 다시 말해 여기서 유래된 철면은 공명정대하며 냉정하고 강직하다는 양광원의 철면피와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쓰인 것이다. 


철면피라는 고사성어의 유래는 두가지가 있지만 대부분 양광원의 이야기에서 유래된 낯짝도 두껍다는 이야기를 쓴다. 아무래도 세상이 세상이다보니 워낙 양광원 같은 사람들과 일들이 펼쳐지기 때문 아닐까? 라는 씁쓸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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