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작 SBS 드라마 <야인시대>는 종영이 된후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다. 드라마가 약간의 허구는 있지만 역사를 배경으로 한만큼 등장인물 역시 실존인물이 많은데, 그 중 야인시대 정진영의 실존인물 김두한 친구 정진룡은 허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인물이다. 그는 과연 누구일까?
1. 정진룡(정진영)의 출생과 성장
그가 언제 태어났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김두한에게 죽음을 맞이하는 1947년 4월 20일에 그에 대한 많은 신문기사가 쏟아졌는데 그 당시 나이가 29살 혹은 32살이라는 기사가 있어 그의 출생은 1915년~1918년으로 추측할 수 있겠다. 김두한의 출생이 1918년이니 친구사이이거나 아니면 정진룡이 몇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거지에서 깡패의 삶을 살다 공산주의에 뛰어든 정진룡에 대한 기록은 죽은 기사 말고는 없기에 김두한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박창규가 쓴 <피로 물들인 민족사>를 토대로 살펴볼 수 밖에 없다.
이 기록에 따르면 정진룡은 어렸을 적, 김두한과 수표교(지금의 청계천 다리 중 하나)에서 거지생활을 함께한 친구였다. 그의 집안은 일제 밀정을 지낸 아버지가 죽어 몰락하였고 당시 점차 퍼지고 있던 공산주의 사상에 매료되면서 성장했다고 전해진다.
1.1 주먹이 된 정진룡
드라마 <야인시대>에서는 정진룡이 나약한 이미지로만 등장하지만 실상은 아마추어 복싱선수였다는 신영균의 증언이 있을 정도로 싸움을 잘했으며 당시 키 178cm/90kg라는 덩치까지 있었던 바 김두한 못지 않은 싸움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김두한과 정진룡을 주먹의 세계로 끌어들인 것이 바로 김기환이라는 인물로 드라마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쌍칼 등과 함께 먼저 주먹 세계에 몸을 담고 있던 인물이었다. 이후 김두한이 우미관을 중심으로 종로를 장악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영태와 함께 김두한의 책사 노릇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김두한의 지시로 부산의 주먹을 정벌(?)하고 해방 이후 야쿠자들의 거점이었다 무주공산이 된 명동을 공격하는데 힘썼다고 한다. 기록에는 김두한은 몰락한 정진룡의 집안을 돌보고 결혼까지 하늗네 도움을 줬다고 하는데, 당시 김두한의 친구로 부산을 원정갈 정도로 나름의 입지를 갖고 있는 정진룡에게 무슨 도움을 줬는지는 알 수 없긴 하다.
2. 해방 후 정진룡 좌익이 되다
정진룡은 해방 후 명동을 점령함과 동시에 당시 공산주의자로 공연을 다니며 공산사상을 펼치고 있는 신불출과 관계를 맺고 본격적으로 좌익 투쟁에 앞장서게 된다. 드라마에서처럼 초반만 하더라도 김두한 역시 정진룡과 조선청년전위대라는 단체에 참여하여 좌익쪽에 있었지만 이때 자신의 아버지 김좌진 장군이 공산주의자 손에 죽었다는 것을 알고 우익에 투신한다.
다만 이 기록은 김두한의 회고록이 바탕인데, 당시 김좌진 장군이 공산주의자에게 죽었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황에서 김두한이 이때 처음 이소식을 접하고 우익으로 갔다는 것은 의문을 가질만한 부분이다.
여기에 아무 힘도 없던 드라마속 정진영과는 달리 당시 정진룡은 점령하고 있는 명동에서 점차 그 세력을 확장하며 종로에까지 진출하였고, 설상가장 김두한의 부하들 일부가 정진룡쪽으로 넘어가자 김두한은 조성청년전위대를 탈퇴하고 우익쪽으로 틀어버린다. 이때부터 정진룡과 김두한의 끝없는 싸움이 시작되게 되는데, 이 둘의 싸움은 단순히 이념이나 아버지 김좌진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세력의 문제도 결부되어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여튼 이때부터 김두한은 우익의 대표청년단체인 대한민주청년동맹 줄여서 대한민청의 간부가 되어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이 단체의 명예회장이 이승만, 김구였고 유진산, 박용직 등의 인물이 참여하면서 김두한이 정치세계에 발을 담는 계기가 된다.
또한 김두한은 정진룡의 기반인 명동 지역을 북에서 온 이화룡에게 머물도록 하면서 견제하였고 대한민청, 서북청년단이 주도하는 1946년 좌익의 불법총파업을 격파시키면서 정진룡과 맞서게 된다.
한편 이 당시 정진룡은 자신의 두 번째 부인으로 공산단원인 김해숙을 맞아들였지만 아내 김해숙은 이듬해 1947년 1월 김두한이 이끄는 대한민청의 총에 맞아 죽으며 둘의 사이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3. 정진룡(정진영)의 죽음
1947년 대한민청의 우익세력은 미군정하에서 더욱 공산주의 세력과 싸우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정진룡이 이끄는 좌익단체들은 불리한 형국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당하고만 있을 수 없던 정진룡은 1947년 4월 17일, 부대를 이끌고 대한민청을 습격했지만 김두한의 부하들이 재빠르게 복귀하며 실패로 돌아간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 정진룡은 조선공산당이 추진하는 <청춘의 봄>이라는 연극의 경호 임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이때를 기다리던 김두한과 대한민청 단원들이 습격하면서 정진룡은 김천호와 다른 부대원들과 도주했지만 김두한에게 붙잡히고 만다. 이후 지금의 남산 기슭 대한민청 본부로 끌고가 고문 등을 하다가 정진룡과 김천호를 곤봉으로 폭행하여 죽이게 된다. 이후 붙잡혀 있던 정진룡의 부하 중 한명이 미군에 신고를 하면서 이 사건은 '대한민청 테러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세간에 알려지게 된다.
4. 김두한 미군정에게 사형을 선고 받다
이 사건 이후 미군정은 폭력적인 행동을 저지르며 불법을 행하던 김두한과 대한민청을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1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것을 2심에 개입하여 김두한에게 교수형을 김영태 등 4명에게는 종신형을 주는 것으로 판결했지만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이승만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해주면서 풀려나게 된다.
정진룡이 죽고 그의 뒷 이야기나 그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는 찾을 수 없으며 그의 화장된 유골이 한강에 뿌려진 것으로만 전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야인시대 정진영의 실존인물이자 모델 정진룡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드라마 속 정진영의 모습과 실존 정진룡의 모습은 분명 다른 부분이 많으며 또한 대부분의 기록 역시 김두한의 회고를 통해 쓰여진만큼 너무 드라마에 의존하지말고 사실과 허구를 구별해서 정진룡을 바라보는게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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